다시 불러 손잡다.

[su_dropcap size=”4″]오[/su_dropcap]래전 테터툴즈로 04년 부터 09년 까지의 xml 자료를 저장하고 있었다 (더 전에도 한 4년 운영했었는데 실수로 날려먹음). 그리고 DB의 D짜도 모르는 내가 짬짬히 공부를 해오면서… 결국 xml 데이터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컨버팅 한 후, 지금 운영하는 워드 프레스로 옮겨서 지금의 것들과 시간대에 맞게 합쳤다.

작업을 하며 시간이 지나버린 컬럼 재료들은 모두 과감히 정리를 하고, 그동안 지내온 삶들과 생각들을 다시 작업중에 본의 아니게 반추 하게 되었는데, 지금 보니 어찌 그리 찌질 했었는지 모르겠다. 저때 좀더 참았더라면. 지금 아는걸 저때 알았더라면… 뭐 이딴 후회와 반성. 그리고 약간의 한숨과 눈물 글썽거림의 시간을 가지며 결국 작업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리고 그 과정중에 살며 잊고 있었던 다양한 개새끼 년놈들과 아울러 고마운 사람들도 떠올라, 이들 안위(安危)의 궁금함과, 아직도 번개 안쳐맞고 살아 숨쉬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큐리어스도 생겼다.

어떤것은 부끄럽고 어떤것은 슬프며 또 어떤것은 너무너무 찌질하고 설익은 지난 삶의 에테르들 범벅이다. 하지만 저런 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파킹 그레이트 개찌질한 내가 있는게 아닌가 싶어, 여자 고등학교 앞 용감한 바바리 아저씨 처럼 과감하게 다 훌러덩 공개해 버리기로 맘먹었다.

어짜피 내 위인전은 죽을때 까지 발간되지 않을 것이기에, 이 웹공간에 찍 – 소리라도 한마디 남기는것이 내 후세와 내가 알아온 세상에 유의미한 몸부림이 아닐까 하는 서사적 결정이 맘을 굳히게 만들었다. (거의 반평생을 산밑에서 미립자처럼 살았지만, 그래도 죽을땐 킬리만자로 정상에서 서사적으로 처연하게 뒈지고 싶은 숫컷의 본능 같은)

몇번 SNS에도 썼지만, 모든 개인의 처음은 다 찌질하며 또한 지금도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부끄러워 하지 않을때, 우리는 이념전쟁 보다 더 무서운 차원의 동질감을 공유하게 된다 (그래서 고등학교때 친구가 오래가는 법이다). 경쟁적으로 잘나려 하기 보단 반대로 우리가 알고보니 모두 찌질함을 깨닫았을때 맘에 더 편안해 지며 어색하지 않는다.

짬날때마다 거의 이십여년 전의 나와 만나 화해 하려 한다. 그리고 전처 (前妻)를 비롯해 당시 힘든 생업(生業)과 불안한 미래등에 드럽게 갈굼 당하면서도, 서사적 사명감으로 꿋꿋하게 일상을 기록한 당시의 내게 잘했다는 칭찬을 하고 싶다. 그때의 너는 막연한 희망 같은걸로 그렇게 버티며 기록했나 본데, 역시 20여년이 된 지금도 그닥 인생 뭐 없다. 이 불쌍한 새끼야.

한동안은 오래전 나를 다시 불러 손잡고 한잔하며, 빠진 개털 같았던 올해를 조용히 정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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