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1일 4시간 1분동안. 그리고 새로운 시작.


결국 우리의 결혼생활은 이렇게 종지부를.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였냐는 물음들과 <이혼>에 대한 통속적인 상식으로 나의 결정에 접근해서 훈수를 놓으려는 분들도 계셨지만, 결국 이 결정은 서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 나는 그런 그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했던 결혼생활의 단편들이 블로그에 모두 쌓였다면, 그렇지 못한 더 많은 부분들은 우리 사이에 더 많이 쌓여져 갔었고, 결국 05년 1월 28일…난 그동안 준비해왔던 <그래. 그렇게 하자>라는 말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이혼이란것.. 돈도 들지 않더군. 게다가 반나절이면 끝나고… 법원가서 도장찍고 조정실가서 판사앞에서 <네>라는 답변후에 주는 종이들고 동회가서 제출하니 끝. 내 짐싸선 가영이 데리고 미리 얻어놓은 어머님댁 근처 작업실로 옮기는데 2일정도 걸렸고.

상한속 달래볼려고 맥주만 마시겠다는 것이, 결국 5병이 넘는 소주와 몇병의 양주로 발전해서 필름이 끊기고 지인까지 피곤하게 하는 통에, 얼마동안 술은 안마시는게 좋겠다는 결정도…

솔직히 말하면 난 사실 후련하다. 엄마를 불러도 대답이 없을 아무것도 모를 4살의 딸아이의 지금부터 시작될 고통들과, 아들의 출근후 그렇잖아도 몸이 성치 않으신 우리 엄마의 새로운 고생만 제외하면…

아내였던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란 사람에게도. 다 내탓이고 내부덕함 때문이다. 이젠 누가 옳고 그른것을 따지고 싶지도 않다. 하고 싶은 말도 없고. 그저 그분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가시길 바랄 뿐.

하지만 그럼에도 난 아직 이 모든것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 1781일 4시간 1분에 얽매이지 않고 이보다 더 많은 나와 가영이의 시간들을 위해서… 지금 잡고 있는 가영이의 손을 더 꼭잡고 동화속 주인공 소년처럼 씩씩하게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가야겠지.

22 thoughts on “1781일 4시간 1분동안. 그리고 새로운 시작.

  1. 가영이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은 성장생활로 기억될수 있습니다. 자신은 어찌되든 상관없다쳐도 아이에게 엄마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큰 딜레마가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엇든 이미 결과로 발전한 일이고, 앞날을 더 멋지고 알차게 설계하시고 가영이에게 서운하지 않는 아빠로 사시길 빕니다.

  2. 저희 부부도 이혼 직전까지 갔었고 위기를 겪었습니다. 피아노맨님의 결정에 어떤 말씀도 드리질 않겠습니다만 멋진 가영이의 아빠로 사시길…..
    담에 소주 한잔 같이 하지요…..

  3. 깨달음에 들면 광대한 수미산을 겨자씨 안에 넣어도 그 겨자씨에는 증감이 없습니다.
    깨달음에 든 사람만이 수미산이 겨자씨안에 든 것을 알 뿐입니다.
    이 모든것이 불가사의 입니다.
    – 유마경-

  4. 주르륵…산이 무너지는 느낌이군요. 제가 오히려 더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그래서…가끔와서는 오늘은 좋아지셨나? 확인 하고, 아직 아픈신가? 했는데..
    무시무시한 칼을 맞은 기분이 드는 건, 다 이유가 있겠지요.
    오늘은 제가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다만 힘을 내시라고…

  5. 그동안 많이 힘드셨나보네요. 예전에 신문기사에서 아이들은 절대로 부모의 이혼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무슨 이유로 설명해도 말이지요.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6.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전 아는게 없지만…
    분명한건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잘 안다는 것일 것입니다.. 지금 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마 좀 지나면 아빠와 엄마를 더 어른스럽게, 이해하게 되면서 오히려 아빠에게 힘을 주게 될거예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

  7. 인생 뭐 있습니까! 그냥 열심히 사신 것에 대한 결과라면 분명 나중에 아름다웠다고 말하실 겁니다. 전 그렇게 믿을께요. 이제 길어봐야 30년 조금 넘게 남은 인생인데 아웅거리지 말고 열심히 살게요. 피아노맨님 화이팅입니다.

  8. 제 경우도 인생의 큰 분기점은 결혼보다도 딸들의 존재(탄생)인 것 같습니다.
    비록 조촐한 작업실에서의 새출발이지만, 두사람의 인생에 축복이 함께하기를 빌어드립니다.
    4살이 아직은 어린나이지만, 가영이에게도 스스로의 삶의 몫이 있습니다. 행복, 성공, 실패, 좌절… 많은 것들을 겪어가며 그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먼 훗날 언젠가 가영이가 부모를 평가하고자 할 나이가 되었을 그 때 떳떳한 아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시면됩니다…. 건투를 빕니다. -.-

  9. 할말을 할때까지라고 글을 남기실 때 무슨일이 있으신가 걱정했는데…
    어려운 일이 있으셨군요…피아노님의 결정에 깊은 심사숙고가 있었겠지요..
    뭐 저도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확 깨버리고 싶을 때도 많아요..ㅠ.ㅠ
    다 살아집니다…걱정너무 하지 마세요….

  10. 많은 만감이 교차하네요.
    이제 정리가 되셨는것 같은데 술 한잔 할려고 전화 했더니 안 받으시네요.
    옆에서 큰힘이 되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11. 안녕하세요..졸린눈입니다..오랫만에 들렀는데 좋지않은 소식이네요..이런얘기들으면 그냥 아무말없이 건투를 빌어줘야 쿨하다는 소릴들을것 같은데 이 글을읽고 제가 눈물이 날려고 하네요..주책없이..두분의 행복한 생활을 부러워 했던 저로서는…
    여튼 건강하세요…술 많이 드시지 마시고..몇년전 추석때 술취한 님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ㅎㅎㅎ모든건 하늘의 뜻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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