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은임씨.


새벽에 울리던 <정은임의 영화음악> 의 메인타이틀

난 고등학교 친구들이 전혀 없다. 연락도 하지않고 기억나는 친구들도 없다. 녀석들이 서툰 입담배를 피워대고 선생님들과 숨바꼭질을 할때, 나는 학교를 마치면 지금은 없어져버린, 해운대 바닷가 근처의 작은 삼류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집에오면 조갑제가 쓴 <사형수 오휘웅> 이나 당시에는 금서였던 여러가지 사회과학 서적들을 밤새 읽곤 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친구는 당시 내겐 전혀 없었다.

그러나 새벽시간 즈음에, 한 여자는 그런 내 황폐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고, 똑같은 아름다움과 똑같은 고민들로 괴로와 했었다.

그렇게 어려운 환경도 아닌 그녀는 <혼자 잘먹고 잘살기 너무 미안해서> 여성노조위원장도 맡았고, 투명인간처럼 우리가 잊고 사는 사람들을 함께 아파했었다.

그런 그녀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 내 추억의 친구가 파스텔화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젠 안아프죠? 제 추억과 그리고 저랑 비슷한 사람들의 추억들.. 그속에 영원히 살아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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