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과 시민… 너희들의 설레바리

태풍 민들레가 한바탕 지나간 후, 시장통에 마이크를 들고 서있는 기자는 말한다.
“태풍 이후 야채값이 급등하여 서민들의 반찬 걱정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7월 21일부로 전격 파업을 시작한 지하철에 마이크를 들고 나간 기자는 말한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서민들의 불편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스컴에서는 국민 혹은 사람들이라는 단어 대신에 ‘서민’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사전적 의미로야 별 문제될 게 없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그 말의 뉘앙스를 상기해보자. 그리고, 매스컴에서 그 단어가 등장하는 대목이 항상 어떠한 일로 인해 피해를 받거나 손해를 보고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수세적이고 나약한 대상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자.

서민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지칭함에 앞서 가진자, 지배층에 대한 상대적 하위개념으로서의 의미를 전제한다. 서민적임을 강조하는 행위는 언제나 선거를 앞둔 (날 서있는 새삥 A급 작업복 차림의) 정치인들의 홍보 전술이거나 기업 고용주들의 이미지 메이킹 수단 혹은 매스컴의 손쉬운 휴머니즘 기획의 나태한 컨셉으로 존속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게 국민의 대부분이요, 물가 상승을 직접적으로 민감히 체감하는 것도 국민의 대부분이다. 절대적 다수가 서민이라면 이미 서민은 서민이 아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 전체를 통칭한다면, 소극적인 서민적 서민보다는 시민의식 갖고 있는 적극적 시민이라는 상대적이지 않은 절대적 표현이, 온당하다.

7월 1일부로 전면 개편된 서울시 교통 체계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우왕좌왕 곤욕을 치르는 쪽이 서민이라면 치밀하지 못한 정책으로 무조건 개편부터 저질러버린 서울시를 당당히 비판할 수 있는 쪽은 시민이다.

그리고 IT 강국 국민들답게 똑똑하고 깐깐해진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미 더이상 서민이 아닌 위풍당당 시민들이시다.

http://www.ceejak.com/zog/?no=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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