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오디오 Tivoli Audio – 02


티볼리가 생기기 전까지는 밤새 작업을 하게될때는 꼭 티비를 틀어두었다. 혼자 조용한 방안에서 컴퓨터만 켜놓고 작업을 할때 그 적막함이 너무 싫었거든.

물론 아이팟을 연결해서 아이튠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할수도 있겠지만, 여긴 사람 목소리가 없다. 그냥 열심히 무슨 음악이 나올지 아는 리스트들을 반복할 뿐이다. (물론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나처럼 컴필레이션 리스트가 약한 인간에게는 이것도 고문의 일종이다.)

티볼리가 내 책상위로 올라오고 난후부터, 9시 뉴스가 끝나면 티비를 끄기 시작했다. 물론 체널은 KBS – 1FM 고정. 광고없이 클래식과 요즘은 들어도 그리 싫지 않은 국악들도 정겹다.

입사초기. 라디오국에 잠시 있을때, 사실 티비보다 화려하지 않은 라디오라는 매체에 관계자들 마저도 조금 위축되어 있는게 사실이었지만, 티비가 주지 못하는 이 살겨움을 만일 그때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

저녁놀이 잘 비치는 내방 창문가에서, 그시간대즈음 들려주는 클래식소품 전문 체널도 맘에 들어서, 예전에는 꼭 꼭 닫아두던 커튼도 활짝 올려두었고, 특히 요즘 밤은 색색깔의 깊은 음악들로, 잠시 잊고 있던 청소년기의 감성들이 다시 살아남을 느끼곤 흐뭇해 지기도…

내가 티볼리를 좋아하는 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이유들 때문인데, 이야기 할려면 좀 길다.

[#M_ more.. | less.. | 어릴때 우리아버지 또한 방송인이셨는데, 업무상 미군부대에 출입이 가능하셨다. 그래서 국민학교때부터 아마도 대학때까지로 기억하는데 우리가족들의 외식은 거의 미군부대 안의 장교식당이었다. (물론 머리가 크면서, 이 외세놈들의 식당에서 식사한다는게 무척 싫고 껄끄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외세군대들의 내부모습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겪어볼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었다. 게다가 아버님은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미국인까지 계셨으므로 ….)

미군부대에 들어가면 주로 볼링장에서 친한 한국인 친구분들의 가족들과 볼링을 치거나 혹은 장교식당에서 식사를 하곤 했는데, 특히 볼링장에 있는 미군들의 볼펜이나 연필. 그리고 연필깎이나 전화기 같은게 너무 신기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화려하지 않았고 되려 무척 투박했다. 동양인인 내 작은손에는 턱없이 맞지 않는 것들도 많았지만, 무척 강하고 질겼다. 그리고 무척 합리적이었다.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없앤 단순한 디자인. 하지만 절대 고장나지 않고 오래 사용할수 있는 배려.. 바로 그것이 내가 어릴때 겪어본 미국이라는 이미지였다. (물론 미군부대안의 용품들은 하나하나가 지정제품이지만,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 제품들이 모두 단순하지만 합리적이고 강했다)

다시 각설하고.. 암튼 아직도 기억나는 두가지 제품이 있는데, 전화기와 라디오였다. 볼링장 입구에 작은 카운터가 있었는데, 한국의 시골에서나 볼수 있는 까맣고 커다란 구식전화기를 그들은 아직도 사용하고 있었다. 단순하지만 강한 플라스틱으로 된것이었는데, 우리나라의 그시절 그것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미려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라디오는 티볼리 처럼 생긴 국방색 라디오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잡음이 없었고 작은 덩치였지만 무척 크고 미려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디자인은 티볼리와 거의 다름이 없었다.

이후에, 나는 미국이란 나라는 디자인과 신기술을 도입하고 적용하는데 강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American Way 라는 기치하에, 오래전부터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인의 것들은 계속 사랑하고 지켜가는 전통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소위 우리나라의 <한국적인것> 마인드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속에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의 삶속에 녹아있는 물건들.. 그것들은 바뀌지 않고 계속 그들과 평생 호흡하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제품들은 모두 신뢰할수 있고 단순하지만 강하고 합리적인 제품들 일색이다.

티볼리는 그런 미국의 정신인 American Way 을 잘 간직하고 있는 제품 같다. 난 미국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단순하고 합리적이며 강한 그들의 제품만은 높이 사주고 싶다.

꼬리글) 암튼 요즘 욕도 많이 들어먹고 있는게 미국이고, 또 그래도 싸지만 최소한 그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과 음식은 절대 장난은 안친다. 그리고 장교식당의 티비에서 한국의 쓰레기 만두뉴스가 나갈때 그뉴스를 보는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쓰레기 만두사건은 사실.. 국가 개망신 감이다. (티볼리 이야기에서 삼천포로 빠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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