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쇼국가일수록 독설가가 설친다. 마이클 무어 감독 소식.

칸영화제에 부시비판 다큐 출품 마이클 무어 감독

[동아일보]프랑스 칸에서 ‘뚱뚱한’ 남자가 이렇게 화제를 몰고 다니기는 아마 처음일 듯하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50)는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의 하나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그의 신작 ‘화씨 911’(원작 Fahrenheit 911)의 기자회견이 17일 오후 2시반(현지시간) 영화제 본부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렸다. ‘화씨 911’은 테러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가문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집안과의 ‘내밀한 거래’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라크인 포로 학대행위를 담은 사진들이 공개되기 이전에 제작된 이 영화에 이미 미군이 이라크인 수감자와 민간인을 학대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무어 감독은 2002년 총기남용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칸 영화제 특별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도 수상했다.

이날 무어 감독은 평소와 달리 양복 정장을 입고 나왔으나 독설(毒舌)은 여전했다. 그는 “9·11테러 직전에는 조용히 잠자고 있던 백악관이 갑자기 테러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며 미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리고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며 “영화 제목은 바로 자유가 불타 없어지는 온도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화씨 911’은 미국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 교실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9·11 사건을 귀엣말로 전해 듣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카메라는 끔찍한 내용을 전해들은 뒤에도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대통령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며 ‘그는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이어 영화는 부시 일가와 빈 라덴 일가가 석유 비즈니스를 둘러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음을 파헤친다. 무어 감독은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될 경우 부시는 당장 집무실 밖으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라맥스가 제작한 이 영화의 개봉 일정은 미정이다. 월트디즈니사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자회사인 미라맥스에 배급중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무어 감독은 “영화는 올해 반드시 개봉돼야 한다”며 “물고기는 머리(대통령)가 썩기 시작해 몸통까지 썩어 들어가는 법”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M_ more.. | less.. |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야말로 올 칸영화제의 진정한 ‘스타’다. 부시 미국 대통령 일가가 오사마 빈 라덴 일가와 오랜 세월 유착관계를 맺었고, 그런 은밀한 관계가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독설과 조롱을 섞어가며 역설한 다큐멘터리 ‘화씨 911(Fahrenheit 911)’로 칸 경쟁 부문에 초대된 그는, 가는 곳마다 촬영과 사인 공세에 시달렸다.

17일 오후 뤼미에르 극장에서 있은 상영은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으로 시종 뜨거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부터 쏟아진 기립박수는 10분이 넘도록 이어졌다. 올 칸영화제 들어 가장 강력한 반응이었다. ‘화씨 911’은 미군 병사들이 전쟁에 대한 환멸을 토로하는 모습을 이라크에서 직접 찍어낸 것을 비롯, 충격적 장면들을 넘치는 에너지 속에 담아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칸에서 그대로 빅 뉴스가 됐다. 행사장 주위에서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프랑스 엔터테인먼트업계 비정규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을 지날 때 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격려한 장면은 그대로 올 칸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진으로 남았다. 17일 그의 공식 일정은 오전 5시부터 시작됐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입장하지 못한 기자들이 더 많았다. 1시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은 흡사 국제 정세에 대한 무어의 해석을 듣는 자리 같았다. 그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오만한 말투와 블레어 영국 총리의 비굴한 표정을 그대로 흉내내는 등 다양한 제스처와 성대모사를 동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 영화 제작사인 미라맥스의 모회사 디즈니가 얼마 전 ‘화씨 911’의 배급 포기를 선언해 논란을 빚었던 일에 대해 무어는 “미라맥스 이전에 이 작품에 돈을 댔던 멜 깁슨의 영화사 ‘아이콘’도 백악관의 압력을 받고 중도에 계약을 철회했다”고 새롭게 폭로했다. “멜 깁슨은 아마도 이랬겠지요. ‘괜히 이 영화에 간여해서 골치만 아프고… 에라, 예수 영화(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나 만들어야겠다”고요.

부시 대통령에 대해 “이제껏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온 정치인 중 가장 멍청한 남자”라고 말한 그는 “11월 2일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단언했다.

(칸=이동진기자 djlee@chosun.com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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