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인터뷰

The Hollywood Reporter (이하 THR): <올드보이>가 칸느 경쟁부문에 초대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땠나?

박 (이하 박): 매우 놀랐다. 칸느 영화제에서는 많은 영화가 비경쟁 부문에 초대된다. 내 영화가 비경쟁 부문에조차 뽑힌적이 없는데도 바로 경쟁부문으로 직행한 것은 꿈꾸지도 못하던 일이었다. 한 친구는 이건 마치 초등학교나 중학교도 마치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

THR: 당신이 영화감독이 되는데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쳤나?

박: 원래 나는 예술 평론가가 되는게 꿈이었다. 내가 철학과에 들어갔던 것도 그 이유였고 거기서 나는 미학(美學)을 깊게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입학했던 서강대 철학과는 당시 영어 분석적인 철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4년동안 나는 미학에 관련해서 단 1개과목 밖에 수강할 수 없었다. 자연스레 나는 내 전공에 애정을 가질 수 없었고 잠시동안 목적없이 방황을 했다. 그러다가 사진 동아리에 들게 됐고 거기서 나는 사진에 마음을 빼았겼다. 그러던 어느날 히치콕의 <현기증>을 보게 됐고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내가 영화감독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죽을때 아주 후회하게 될거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히치콕의 영화는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 그리고 소포클레스, 셰익스피어, 카프카,도스토에프스키,발자크,졸라,스탕달,오스틴,필립 K.딕, 젤라즈니, 보네거트등이 나의 길을 계속 걷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THR: 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복수는 나의 것>은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드보이>는 상업적인 성공과 평단의 열렬한 반응을 동시에 받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M_ more.. | less.. | 박: 많은 사람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를 엄격하게 구별지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명백하면서도 간단한 사실은, 관객들은 영화에 대해 아주 다양한 취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모든 관객들을 대표하는 나만의 관객을 선택했다. 바로 나의 아내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편집, 음악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과정에서 아내와 의견을 나눈다. 그녀는 평범한 주부이긴 하지만 항상 나에게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는 놀라운 안목을 가졌다.

THR: 칸느에 초대받은 것과 해리 노울즈가 운영하는Aintitcool.com에서 2003년 베스트 영화로 뽑힌 것중에 어떤게 더 놀라웠나?

박: 후자다. 칸느에는 우리가 출품을 했지만 Aintitcool.com의 경우에는 그들이 우리 영화를 찾아서 보고 선택한 것이다. 나는 매우 놀라웠고 내 영화에 대해서 그렇게 칭찬해 준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THR: 앞으로의 계획은?

박: 현재 <쓰리,몬스터>를 만들고 있다. 이 영화에는 아시아 3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8월에 개봉 예정이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진과 감독, 그리고 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내가 맡은 에피소드는 45분 정도 될 것이다.11월부터는 새 영화 작업에 들어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이 영화에 대해 결정난 건 “Sympathy for Lady Vengeance”라는 제목뿐이다. (참고: <복수는 나의 것>의 영어제목이 “Sympathy for Mr. Vengeance”였음.)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를 잇는 복수 3부작 완결편이 될 것이다. 아마도 30대 중반의 여자의 복수 이야기를 다루게 될 것 같고 <복수는 나의 것>의 ‘납치’와 <올드보이>의 ‘감금’. 이 두개의 모티브가 서로
날카로운 대비를 이루는 이야기가 될것이다. 칸느의 호텔에서도 시나리오를 쓸 계획이다. 이 영화가 끝나면 흡혈귀가 등장하는 “Live Evil”이라는 영화의 촬영을 내년 말쯤에 시작할 계획이다.

THR: 요즘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의 한국영화산업에 있어 어떤 점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박: 배급 문제가 심각하다. 와이드 릴리즈 현상이 점점 심해져서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1/3을 차지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개봉한 주에 일정 수준의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내지 못한 영화는 다음주, 심지어는 단 몇일간만 극장에 걸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유럽이나 아시아 영화, 미국 독립영화, 한국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등을 찾는 관객들은 부지런히 돌아다니지 않는한 그들이 원하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힘들다. 이것이 1000만 관객 시대의 그림자다.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구로사와나 오즈 야스지로 같은 대가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황토지>나 <붉은 수수밭>등의 영화를 배출한 중국 5세대 감독들의 영화에서의 격정적인 캐릭터도 부족하다. 하지만 역량있는 많은 감독들이 일선에서 뛰고 있고 그들이 젊고 지치지도 않게 일하며 관객들과도 끊임없이 교감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예술적인 자질이 있는프로듀서들이 있고 자본이 유능한 감독들에게로 끊임없이 흘러들고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의 앞날을 밝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다.

THR: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떤 식으로 체계화하나?

박: 내 영화의 줄거리는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쓰리,몬스터>의 전체적인 윤곽도 담배 한대를 피울동안 세워졌다. 일단 이야기의 윤곽이 잡히면 가능한한 빨리 시나리오 초안을 써내려고 애쓴다. 뒤에 가서 어려운 씬이 생기면 시나리오를 다시 정리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빨리 초안을 끝내는 것은 중요하다. <복수는 나의 것>의 경우에는 단 20시간 동안에 초안을 완성했다. 다음 단계로 시나리오는 몇달동안 손질을 거친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여섯달 동안 그 작업을 했다. 결국 이야기의 윤곽을 잡는 것은 제트기의 속도로 하고 시나리오 초안은 스포츠카, 그리고 시나리오 개정 작업은 오후 산책처럼 느긋하게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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